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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 다자이 오사무 / 김춘미 옮김 / 민음사



<인간 실격>이란 제목을 처음 봤을 때, 나는 주인공이 얼마나 비인간적이면 ‘인간 실격’이라는 말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책을 다 읽은 지금은 주인공인 요조가 비인간적인 사람이라기보다는 너무나도 철없고 한심하다는 점에서 오히려 극히 인간적이라고 생각한다. 


요조는 어렸을 때부터 사람들에 대한 경계가 매우 심했는데, 어른들이 화를 내는 모습이 너무 무서워서 흉측한 괴물을 보는 듯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자신의 어두운 모습을 들키면 사람들이 실망하고 등을 돌릴 것이 두려워, 어린 나이에도 자신의 원래 모습을 숨기고 장난치며 익살꾼으로 가장했다. 


사실 나도 내 성격을 죽이면서 사람들에게 맞추는 면이 있고, 요조와 비슷한 생각을 할 때도 있다.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요조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요조는 다른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느낄 정도로 그런 경계심이 심하다. 또한 요조는 순수한 것과 무구한 것, 신뢰에 대해 무한한 동경심을 품고 있었고, 실제로 순수했다. 그러나 지나친 순수함이 오히려 그에게 독이 된 것도 같다. 희면 흴수록 다른 색에 물들기 쉽듯이, 남들보다 더 순수하기 때문에 더 상처받고 더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것이다. 


비교적 순탄하게 중학교 생활을 하던 요조는, 자신의 행동들이 모두 가식이란 것을 같은 반 학생 다케이치가 알게 된 후로 매일 매일이 지옥 같다고 느낀다. 하지만 다케이치와 친해진 후로는 오히려 다케이치와 함께 있을 때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나는 다케이치를 통해 요조가 사람들에게 마음의 문을 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케이치 외의 다른 사람을 대할 때는 예전과 똑같았다. 


중학교 생활을 마치고 고등학교에 입학한 요조는 폐결핵 진단을 받고 아버지의 별택에서 머무르게 된다. 그리고 아버지가 없는 동안에는 화방에 다니며 미술을 공부한다. 대학에 입학한 요조는 술과 담배, 마약 등이 현실을 잊게 해주는 유일한 수단이라는 것을 배웠다. 


소설이 쓰인 것은 1948년으로,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한 직후로 사회가 혼란스러운 시기였다. 또한 서구에서 유입된 마르크스주의의 영향을 받은 젊은이들이 많았던 시기이기도 했다. 이에 영향을 받아 그는 비합법 운동인 공산주의 독서회까지 나가게 되었다. 법에 어긋나는 일들을 즐기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렇게 방탕한 생활을 하다가 쓰네코라는 여자를 만나게 된 요조는, 힘들게 살아가는 쓰네코와 자신의 처지가 비슷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처음으로 공감하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난 것이다. 


쓰네코를 만난 시기의 요조는 처음으로 행복이라는 감정을 느꼈다. 그러나 삶을 살아가기 너무 힘들었던 그들은 마침내 강물에 뛰어든다. 그러나 쓰네코는 죽고, 요조는 살아남는다. 이 때문에 자살 방조죄로 판결되었지만, 폐결핵인 것을 감안해 기소유예 처분된다. 퇴원하여 넙치의 집에서 머물게 된 요조는 거의 폐인과 다름없는 생활을 한다. 그러던 중 요시코라는 여고생을 만나 결혼했지만, 요시코가 바람을 피우면서 또다시 배신당했다는 슬픔과 자기혐오에 빠진다. 


요시코의 잘못도 있지만, 요조는 정말 한심의 극치다. 바람을 피웠다면 이혼하면 될 것이고, 자기혐오에 빠져 알코올 중독자가 될 이유는 더더욱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현실을 잊기 위해 모르핀을 계속 흡입한 결과 중독자가 되었고, 요시코는 그런 요조를 정신병원에 가둔다. 요조는 정신병원에 수감되면서 요시코에 대한 배신감으로 반미치광이가 되었고, 스스로 자신은 인간 실격이라고 판단하고 마지막으로 자살 시도를 한 끝에 숨진다. 


다자이 오사무는 퇴폐와 허무주의를 내세운 일본의 무뢰파 문학을 이끈 작가이며, 청춘의 한 시기에 통과 의례처럼 거쳐야 하는 작가로도 평가받는다. 다자이 오사무가 마지막으로 완성한 작품인 <인간 실격>은 그의 자서전이라고 볼 수도 있다. 


작품 속 요조의 삶과 작가의 삶은 매우 닮아있다. 둘 다 몇 차례의 자살 시도 끝에 생을 마감했고, 성격과 가치관도 비슷하다. 요조는 세상이 모순으로 가득 차 있고 자기 자신은 모순적인 세상에 의해 더럽혀졌다고 행각한다. 그리고 더럽혀졌다고 생각한 그 이후부터 모든 일들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자신의 ‘음산한 도깨비 같은’ 본모습을 남에게 드러내지 않는다. 부잣집 아들로 태어나 집안 돈으로 살아가는 자신을 혐오하지만 독립적인 인간이 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현실에서 도망치려는 길을 택한다. 그런 선택이 결국 잇단 자살기도로 이어진다. 


사실 나한테는 작가나 요조나 둘 다 성숙한 인간이 되지 못한 채 스스로를 인간 실격자로 만든 것으로 보인다. 요조가 자라온 환경의 탓도 있겠지만, 그는 인간 중에서도 가장 나약한 인간이다. 그래서 요조의 생각에는 공감할 수 있어도, 그의 선택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이 책이 재미있는 이유는 누구든 요조처럼, 그리고 작가처럼 나락으로 빠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누구든지 깊숙한 내면에 요조같은 면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이 기분 나쁘고 음산한 내용이지만 이 책을 놓을 수 없는 이유다. 


작가는 자신이 어떤 인생을 살아왔고, 어떤 고통을 겪었고, 그 고통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이 책에 다 쏟아 부었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글이기 때문에 독자들의 마음을 더 사로잡는 듯하다.

Posted by i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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